2017년 3월 19일 일요일

어쩐지 너무 우울해서 써둔 글들을 긁어놓고는 죄다 지워버렸다.
나는 무엇이 이토록 힘든 것일까.


...라고 쓰고 놀랐다.
내가 늘 그를 보면서 느꼈던 질문을 나에게 던지고 있구나.
무엇이 그렇게 너를 힘들게 하느냐.
이상하게 힘이 쭉 빠졌다.

밥을 지어 먹었다. 맛이 하나도 없다. 오늘 낮에 본 볕이 생각나서 너무 서글펐다. 우리가 다했던 열과 성이 산산조각이 나서 차란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행복하다 싶은 것들은 죄다 손에서 빠져나갈 것 같은 불안.

이럴 때 내가 기댈 곳은 어디일까.
내가 어디에서 펑펑 울음을 쏟아내며 무섭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마음에 사랑이 차고 넘치는 것은 정말 불안한 일이다.

불안한 일이야.

2016년 12월 5일 월요일

나는 갈수록 더 불안하다.

2016년 6월 22일 수요일

한달만. 신이시여, 나에게 여행의 자유를.

2016년 6월 14일 화요일

오늘자 단상들을 적어본다.

1. 검정치마 컴백을 기원하며. 좋아하는 술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다들 음악에 대해 묻던데...

2. 시한부 여유의 무서움을 너무 잘 아는 나는, 벌써부터 긴장상태. 어째 여유가 여유가 아니야.

3. 인턴으로 있는 친구가, 내가 보기엔 대행사 안다니는게 나을 듯 한데, 우리 앞이라 그런지 대행사 지원하겠다고 한다. 모르지 뭐. 훨씬 더 잘해낼지도.
그 덕에 옛날옛적 나의 인턴 시절이 생각났다. 진짜 머리에 아무것도 없어서 정신 차리고 자시고 뭣도 없이, 그냥 맹목적으로 손발을 움직였던 기계인턴이었더랬지.

4. 지금은 더더더 기계화가 되었다. 보람이 아니라, 일이니까 하는. 이상하게 일에 있어서는 나는 이 마인드가 편하다. 중간중간 사람이 되어, 소수의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수의 좋은 순간을 나누는 정도. 그냥 거기까지. 그걸 넘기면 그 뒤는 없다. 이러면서 다른 일을 해보겠다고 중간중간 몽상처럼 꿈꾸는걸 보면, 그럼에도 일이라는 영역에서 내 나름대로 확고하게 원하는 가치는 있는 것 같긴하다. 그게 뭘까.

5. 아무튼! 나는 이 업을 그만둘 때, 딱히 미련은 없을 것 같다. (좋은데?)

6. 아니 근데,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나는?

7. 더워졌다. 옷이 짧아졌다. 살을 빼자, 살을!

2016년 5월 18일 수요일

문득 내 성향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무서우리만큼 태평하고,
치사하게 중간을 택하려하고,
고민하는만큼 행동하지 못하고,
그럼에도 결국 선택의 순간에는 무식할 정도로 단순해지고,
생각만 넓고, 시야는 좁고.

이 정도로 정리된 단점 투성이의 인간이지만, 그래도 난 내가 좋다는 허무한 다짐st 결론을 내려본다. 하하하.

2016년 5월 2일 월요일

좋은 기운으로 충만한 주말을 보냈다. 오늘은 월요일이 아니라 일요일의 연장선에 있는듯 어쩐지 몽롱-하고 나른하고. 나쁘지 않다.
더웠지만 날이 좋길래 남산쪽으로 슬- 걸어갔다. 등은 후끈했지만 선명한 초록을 보니 같이 걷고 싶은 이가 생각나서 괜히 흐뭇했다.

요 며칠 머리에도 마음에도 좋은 것들이 그득-해서 부자가 된 기분이다. 사랑하는 이와 내가 겪어보지 못한 세상의 다른 이면도 만나보고 있고, 관계의 순수한 순간도 맛보고 있으며, 나를 생각하게 하고 깨어있게 하는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이 충만한 행복의 기운 이면에는 분명 기우도 있지만, 또 나는 그 정체도 분명히 알지만, 괜찮다. 정말 괜찮다. 이제는 행복과 걱정이 늘 겹겹이 파이처럼 붙어있다는 것을 아니까. 이건 너무 당연하다는 것을 아니까. 그 걱정 뒤에 또 행복이 올 것이라는 것도.

이 오후를 잘 보내고, 또 이틀을 건너면, 축복같은 연휴가 기다리고 있다. 할 말 없이도 전화를 걸고 싶은 하루다. 두근거린다.